이슈페이퍼 23-10호) 규제 공화국에 갇힌 디지털 산업

 

규제 공화국에 갇힌 디지털 산업 


권재한 책임연구원 (jaehan@kinternet.org)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
 

요약
  • ■ 한국은 높은 디지털 역량과 경쟁력 있는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플랫폼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이 국내 디지털 시장 점유율을 점점 넓혀가고 있음

  • ■ 유연하지 못한 디지털 관련 규제로 인해 규제지수 수준은 중하위권이며,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보다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규제 요구 강도가 높아 국내 디지털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음

  • ■ 디지털 산업이 고도화되고 보편화됨에 따라 관련 규제 시도는 증가하고 있으나 규제 내용은 경직되어 있어 실효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

  • ■ 규제의 필요성과 해결방법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 그리고 플랫폼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함

  • ■ 규제체계 개선을 위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와 이를 주도할 민간주도 거버넌스 구축, 규제입증  책임전환제를 통해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등 새로운 기술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 디지털 산업에 적합한 규제 디자인이 필요함
  

본 내용은 2023106일 개최된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의 디지털 역량과 규제현황"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작하며

 

  • ■ 디지털 분야의 세계 동향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을 넘어 외교・안보 및 국가 전략의 문제로 변화하고 있어 디지털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
    • - 최근 메타 스레드는 EU지역을 제외하여 출시하고,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첨단기술분야 투자 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지정학적 견제를 목표로 상대국의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하고 있음

  • ■ 한국은 앞서가는 디지털 역량과 경쟁력 있는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이 국내 디지털 시장 점유율을 점점 넓혀가고 있음
    • -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는 8위로 상위권이며(IMD, 2022),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자국 플랫폼(national platform)’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자산임(김상배, 2022)
      - 하지만 최근 국내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30%를 초과함(인터넷트렌드, 2023)

  • ■ 이런 문제점들의 개선을 위해 한국의 디지털 역량과 관련 입법안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음

 

한국의 디지털 역량과 규제환경

 

  • ■ 세계 플랫폼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 플랫폼 기업들의 규모는 미비함
    • - 100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 수는 중국이 포함되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45개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미국이 포함되어 있는 아메리카 지역의 규모가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남
      - 한국 플랫폼 기업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포함되어 있으나,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기업들과는 큰 규모차이*를 보이고 있음
    •  * 주요기업 시가총액 : 애플 2.71조 달러(3,654조 원), 마이크로소프트 2.46조 달러(3,317조 원), 네이버 31.2조 원, 카카오 17.3조 원, 쿠팡 323억 원 등(2023년 10월 25일자 기준)

그림 1 | 100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지리적 분포(시가총액 비중, 기업 수)

  •  * 주요기업:  (아메리카) Apple, Microsoft, Amazon, Alphabet, Facebook, PayPal, Netflix 등, (아시아태평양) Tencent, Alibaba 등, (유럽) SAP, Adyen 등, (아프리카) Prosus, Naspers
  • *출처: UNCTAD, Digital Economy Report 2021




  • ■ 한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속도는 싱가포르·일본·인도·호주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어 앞으로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는 상황임
    • - 한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370억달러(2021)에서 520억 달러(2030)로 약 1.5배 증가를 예측하였으나, 아태지역 11개국은 5,860억달러(2021)에서 22,000억달러(2030)로 약 4배 증가를 예측해 발전 속도가 평균 이하 수준임(DPA, 2022)

      - 한국은 인터넷 속도 3위(95.34Mbps), 인터넷 사용자 비율 8위(97.6%)등 인프라 관련 지표는 상위권 수준(Datareportal, 2023)과는 대조적인 순위임


  • ■ 한국은 높은 디지털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규제 또한 높은 수준이며, 디지털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요인이 됨
    • -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 8위로 전년보다 4계단 상승함
    •  *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는 2017년부터 디지털 3개 분야(지식, 기술, 미래준비도), 9개 부문, 54개 세부지표를 측정해 국가별 디지털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음
    • - 기술-규제 중 기술의 개발 및 적용(48위), 지적재산권(37위) 등이 하위권으로 나타남

  • ■ 한국의 디지털 규제지수 또한 중하위권 수준이며, 이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보다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음
    • - 2022년 디지털 규제지수*는 0.203으로 85개국 중 51위를 차지하였으며,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 대부분은 디지털 규제지수는 0.1 미만으로 나타남
    •  * 디지털 규제지수(OECD)는 온라인 쇼핑, 데이터 다운로드, 온라인 광고 등 디지털 환경 전반을 평가
    • - 미국 온라인 플랫폼에 반기를 들면서 각종 규제를 시행하기로 한 유럽연합(EU)의 독일(0.123·25위) 등보다도 한국의 디지털 규제는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간다(27위), 필리핀(33위), 네팔(41위)보다도 하위권 수준임
    • - 이런 결과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허용조차 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며(조선일보, 2023),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을 강화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는 등 각종 규제가 많아진 영향(중앙일보, 2023)으로 분석함

그림 2 | 글로벌 디지털 규제지수 변화와 순위(2014-2022)



* 출처: OECD(20223), Digital 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

디지털산업 관련 규제 동향

     
  • ■ 디지털 산업이 고도화되고 보편화됨에 따라 관련 규제 시도는 증가하고 있으나, 규제 내용은 경직된 상황임
    • - 디지털 산업과 관련된 규제 입법안은 38개(2017)에서 264개(2021)로 약 7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17대 국회(2004~2008)에서 17건 발의되었으나 20대 국회(2016~2020)에서는 159건으로 증가함(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23)
    • - 관련된 정의와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모호하게 되어있고, 신산업의 경우 사전규제와 중복입법으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제재하고 있으며, 기존 공정거래법 외 별도의 규제 법률이 도입되어야 할 만큼의 특수성 혹은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

표 1 | 디지털산업 관련 입법안 내용

 

* 디지털 산업과 관련된 규제 입법안(2023.04.~2023.09.)을 검토




    • - 디지털 산업을 규제하는 법률 중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된 법률(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한 개정안 평가 결과 0.53점(2021)에서 0.43점(2022)으로 하락해 핵심법안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23)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 ■ 현재 한국의 디지털 산업 규제는 디지털 역량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며, 규제의 필요성과 해결방법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 그리고 플랫폼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함

  • ■ 규제체계 개선을 위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와 이를 주도할 민간주도 거버넌스 구축이 우선시 되어야 함
    • - 최근 디지털 사회에서의 갈등은 전통적인 산업 및 사회 질서의 변화와 결부되어있는 객관적 구조 갈등에 관한 것으로, 단순한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면밀한 현상 변화에 대한 파악에 기반하여 미래에 대한 전망을 수행해야 함(심우민, 2023)
    • - 주요국가들은 입법영향분석을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부분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가결법안의 80%가 정부안이며, 한국의 경우 가격법안 중 의원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상설기구를 두어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라고 OECD에서 권고하고 있음(한겨레, 2023)
    • -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사회과학적 분석이 중요하지만, 직관에 의존한 채 규제만 하려는 경향은 공적인 제도 및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아가야 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측면으로는 입법영향분석 도입과 디지털 산업이 가진 전문적이고 복잡한 구조와 동태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민간주도형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함
    • -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모든 입법에 대한 영향분석보단 대상선정, 분석기준 등 시범영역 설정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며, 체크리스트 등 정형화된 기준을 활용해 객관적인 분석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함

 

  • ■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기존 규제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규제입증책임전환제 도입이 필요함
    • - 경직된 규제는 기업들의 새로운 경영활동을 제약하고 기업생존을 위협하고 있음
    • - 기업이 규제의 폐지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입증이 되지 못하면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함
    • - 규제임증책임전환제는 모든 규제에 대해서 적용하기보다는, 실제로 전문적 기술과 인력을 동원하여 검증・검토・평가를 통해 규제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규제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함(원소연, 2023)

 

  • ■ 새로운 기술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에 적합한 규제 디자인이 필요함
    • - 정부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행위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거래질서와 관련성이나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P2B(Platform to Business) 관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의 과정과 내용에 사전적 특별법으로 개입하거나 구체적 효과에 대한 평가 없이 규제하려고 하며, 사적자치의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형성하고 발전해야 할 사업모델과 거래관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해칠 수 있음(홍대식, 2023)
    • - 디지털 산업의 경우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특성이 있어 선진국들의 규제를 그대로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불확실성이 높은 디지털 산업의 경우 다양한 혁신주체들이 함께 규제를 디자인하며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함
    • * 유럽연합이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nnovation Deals(기업, 대학, 연구소 등 민간이 주도하고 중앙정부 및 지역정부가 함께 참여하여 기술혁신에 제약이 되는 규제요소를 찾아내 개선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디자인하여 제안하는 프로그램)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음(안준모, 2022)

 

참고문헌

 

김상배 (2022).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패권과 한국 : 국제정치학의 시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월간 SW중심사회 2022년 5월호.
심우민 (2023). 디지털 산업분야 입법에 대한 입법학적 접근과 대응. 디지털산업 규제체계 개선방안 세미나 자료집.
안준모 (2022). 디지털 전환 시대, 혁신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서. Digital Economy View Vol.1 왜 자율규제인가?
원소연 (2023).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규제유형 & 입증책임전환제. 디지털산업 규제체계 개선방안 세미나 자료집.
인터넷트렌드 (2023). 유입특성(검색엔진). http://www.internettrend.co.kr/trendForward.tsp
조선일보 (2023). 대한민국 디지털 규제환경, 74國서 겨우 중위권. 2023.01.25.일자.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1/25/AE7A7XAC5RHHPJQUTMRHD6PGPU/
중앙일보 (2023). 세계는 디지털 규제 줄여가는데... 한국은 점점 역주행. 2023.10.16일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9493#home
한겨레 (2023). 내각이 입법 주도, 대부분 사전영향분석 거쳐. 2023.07.31.일자.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2346.html
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23). 2022 인터넷산업규제백서. 
홍대식 (2023). 온라인플랫폼 특별법 제정은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가? Digital Economy View Vol.3 온라인 플랫폼 산업 해부
DATAREPORTAL (2023). Digital 2023 : South Korea. https://datareportal.com/reports/digital-2023-south-korea (검색일:2023.10.20.)
DPA (2022). Prosperous APAC : Digital Economy Enablers. 
IMD (2022). World Competitiveness Ranking 2022
OECD (2023). Digital 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 https://stats.oecd.org/Index.aspx?QueryId=86804 (검색일: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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